아이스클라이밍의 희망 고문 - 2025년 국제산악연맹 총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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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계속되는 희망 고문: 아이스클라이밍은 2030 프랑스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등극할 것인가?
2025년 국제산악연맹 총회 참관기
글 오영훈 국제교류위원장
2025년 국제산악연맹(UIAA) 총회가10월 23일~24일 이틀에 걸쳐 코소보의 페야에서 열렸다. 아이스클라이밍 관련 브리핑 부터 여러 산적한 현안이 다루어졌다. 필자는 대한산악연맹을 대표해 총회에 참가했으며, 국제산악연맹 이사 자격으로 총회 전날 열린 이사회에도 참가했다. 한국의 국제산악연맹 가맹 정회원인 (대한산악연맹은 준회원) 한국산악회의 대리 투표 자격도 얻어 양대 기관의 투표권도 행사했다.
<국제산악연맹 총회를 유치한 코소보>
총회가 열린 코소보는 신생 독립국가다. 인접한 세르비아는 코소보의 독립국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속국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일부 지도에서는 코소보를 독립국으로 표기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코소보는 유럽연합에 2022년 가입 신청을 한 상태이지만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아직 가입이 되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은 코소보를 독립국가로 인정하고는 있으나 역시 국제정치 이유로 코소보와 정식 수교를 맺은 상태는 아니다.
국제산악연맹은 산악인 단체의 연맹체다. 코소보가 정식 독립국가인지의 불투명한 지점이 있으나 그게 코소보 연맹이 국제산악연맹의 2023년 회원국이 되는 데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코소보 연맹은 회원국이 된 즉시 총회 개최 신청을 했고, 결국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번 참가를 통해 방문해 보니, 코소보는 이와 같은 국제 행사의 유치를 대단히 중요한 외교적 성과로 인식하고 있었다.
페야(Peja)는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인데 코소보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 친환경 도시이다. 조용하면서 깨끗하고, 오랜 역사와 최근 갈등의 역사를 간직한 채 자부심을 가진 민족성이 잘 드러나는 도시였다.
코소보 연맹 회장(좌)과 국제산악연맹 회장(우)
<산악환경 분야, 탄소중립 실현>
지난 5년 동안 국제산악연맹 및 국제 산악계 전반의 최우선 이슈는 탄소배출량 감축이다. 국제산악연맹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감축에 서약한 단체이기도 하며, 유럽의 여러 산악단체가 같은 규정에 귀속된다. 비단 저촉되는 규제가 없는 회원단체들도,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제산악연맹의 입장은 다만 선언적이고 영향을 끼치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을 뿐, 어떤 방침을 강제하거나 강하게 주장하는 정도로도 나아가고 있지는 않다.
산악환경상("마운틴 프로텍션 어워드")가 2개 단체(남아공의 Walking the Tra Tra & 프랑스의 Refuges Phares pour l'environement)에게 돌아갔다. 다만 시상식은 해당 단체들에 대해 2026년 10월에 스위스 재단이 수여하는 킹알버트 상(King Albert Award)의 수여식이 예정되어 있어서 그때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각 회원단체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의 우선순위가 아래와 같다.
1. 카풀, 대중교통, 슬로우 트래블을 권장하고 있다 -- 10%
2. 흔적남기지 않기와 쓰레기줍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9%
3. 친기후 해법으로 산장 운영 방식 변화하고 있다 -- 7%
4. 간단한 기후 행동 원칙을 마련해 회원에게 공유했다 -- 5%
5. 타 회원단체의 바람직한 해법을 수집해 공유한다 / 생태계 회복사업, 전국적 청소대회 등에 참여한다 -- 5%
*과연 이런 방식, 방침이 산악환경 문제의 올바른 해법일까? 등산인들이 산을 "깨끗이" 하는 게 할 일을 다하는 것인가? 이 의문이 맴돌아 산악환경위원회(MPC)의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눠봤다. 이들은, 복잡하고 산출하기 애매한 탄소배출 항목은 계산식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한다. 각종 장비나 의류 소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것들도 있는데다가, 오히려 훨씬 더 큰 규모로 탄소를 배출하는 각종 건설산업 등 중공업이나 식품 산업 등 전 지구적으로 연결된 소비문화 자체에 경종을 울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산악인들은 산에서 배운 자연친화적 태도를 그런 등산 이외의 분야에 대해 강조하며 삶의 태도 전반을 바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 아닐까? '산 쓰레기 치우기' 정도로 산악인들의 친환경 의식을 격하, 축소시키는 것은 산업자본주의의 파괴적인 행보를 못 본체할 뿐만 아니라 그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내용을 국제산악연맹 이사회, 환경 관련 TF팀에서 두어 차례 제안한 적이 있으나 호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부문별 탄소배출량 감축'이라는 정형화된 해법이 이미 유럽 전역에서 일반화된 것이기에 그럴 것 같다는 추측이다.
<국제산악연맹의 영문 명칭 변경>
국제산악연맹의 영문 명칭을 World Ice and Mountaineering Federation으로 변경하자는 제안도 올라왔다. 다만 심도 깊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대륙별 모임 제안>
2026년 총회에서는 '대륙별 모임'을 공식 행사로서 별도로 갖자고 필자가 제안했고, 대체로 찬동하는 분위기였다. 산악스포츠가 유럽 중심이듯이 국제산악연맹도 거의 모든 업무에서 유럽 중심인 것은 모두에게 자명하다. 그러나 이번에 참가한 7~9개 아시아 회원단체들은 그런 양상에 대해 하나같이 불만을 표했고, 무엇이 되었든 앞으로는 함께 뭉치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아이스클라이밍의 2030 프랑스 동계올림픽 정식종목 등극 가능성은 50%>
2030 프랑스 동계올림픽에서 현재 여러 종목이 정식종목 등극을 신청한 상태로서, 이중 3개 종목이 정식종목으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그 종목은 스키모, 아이스클라이밍, 사이클로크로스, 크로스컨트리 러닝, 스키프리라이드, 아이스하키3x3, 텔레마크스키 등이다. 국제산악연맹의 아이스클라이밍은 이번 프랑스 올림픽을 큰 기회로 보고 있는데, 왜냐하면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아이스클라이밍 강국이며 아이스클라이밍 대회도 꾸준히 많이 개최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올림픽 위원회에서도 우호적인 태도를 비춘 바 있다. 하지만 다른 종목이 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어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얘기가 공유됐다.
만일 이번에 정식종목 등극이 되지 않는다면, 국제산악연맹은 당연히 그 다음을 노릴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라는 절호의 찬스를 놓치게 되면 어느 정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다. 국제산악연맹의 CEO는 아이스클라이밍이 이번에 정식종목으로 등극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50%로 본다고 대답했다.
<훈련위원회(training commission) 업무 중단 건>
훈련위원회는 그동안 Mountain Qualification Label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세계 여러 회원단체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2025년 초에, 이 위원회가 비용을 사무국과 공유 없이 자체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점, 위원장 등 일부 인원이 임의로 훈련위원회 타이틀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 온 점 등이 지적되면서, 훈련위원회의 업무가 강제 중단되었고 위원장은 강제 사임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에, 이사회, 사무국, 훈련위원회, 강사진 4개 조직이 유기적으로 업무 분장 흐름을 새롭게 가져가는 형태의 안이 도출되어 총회에서 통과됐다. 위원회와 강사진이 서로 중첩되지 않도록 의무와 기능을 나누는 점을 골자로 하는 사안이었다. 미국산악회의 론 펀더버크가 새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고산등반에서의 의료 윤리>
의료위원회의 우르스 헤프티 위원장의 발표 중에, 올해 봄시즌 에베레스트에서 제논 가스를 사용해서 혈중 산소 비율을 늘림으로써 고소적응 기간 필요 없이 에베레스트를 빠르게 등반하는 경향을 분석한 내용도 있었다. 헤프티 위원장은 그러한 등반이 등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용을 지적한 것은 아니고, 다만 의학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나아가, 인공산소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기형적인 출발이라는 점도 언급했는데, 즉 현재 인공산소 사용 관행이 없었다면 전체 등정자의 3~4%만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탐험적 등반 경향>
등반위원회 부위원장인 빅터 손더스(74세, 영국)의 발표가 큰 영감을 주었다. 1970년대 이전에는 고정로프, 셰르파, 고소캠프의 도움을 받아서 정상을 가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6~7천 미터 산에서 소규모 등반대를 꾸려서 최소한의 탄소를 배출하면서 등반하는 양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탐험의 이유는 삶을 충만하게 살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 기술이 발달했으나 기술의 오남용이 문제되고 있다.
*빅터 손더스는 필자와 막역한 사이이다. 손더스의 등반 활동은 실제로 큰 귀감이 되고 있다. 등반가로서는 분명 고령이다. 초인적인 체력을 갖춘 게 아니다. 일반 스포츠클라이밍 자연암장에서는 5.9~5.10a 정도 되는 루트를 오르는 수준이다. 현재 프랑스 샤모니에 거주하면서 등반가이드를 직업으로 하고 있다. 1년에 최소 한 번씩은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온다. 2024년의 파키스탄 무명봉 초등 등반은 2025년 황금피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등반이 딱히 대단히 높은 난이도 수준의 등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등반은 쉬엄쉬엄 진행한다. 대신 안전하게 오를 수 있는 가파른 벽을 찾아서 적당한 속도로 올바른 판단을 해 가며 등반을 한다. 이런 점에서 알피니즘의 남녀노소를 불문한 탐험적, 모험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슬람 여성 등반가 부크라 바이바누>
모로코의 부크라 바이바누가 국제산악연맹 이사회 신임 이사로 선출됐다. 바이바누는 모로코 여성 최초/북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2017년에 에베레스트를 등정했고, 7대륙 최고봉도 완등했다. 2022년에는 아랍계 여성 최초로 안나푸르나 1봉을 올랐으며 2023년에는 모로코인 최초로 로체를 올랐다. 바이바누는 무슬림 여성으로서 여성 인권 신장, 여성의 능력 확장에 관한 다양한 사회운동에 참여해 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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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여성 등반가 부크라 바이바누![]()
필자도 아시아대표 이사로서 아시아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페야 시 수요일, 토요일 아침 7~10시에 열리는 '치즈 장'에 가봤다. 완전한 로컬 치즈를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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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행사 중 하나로 페야 시 인근 산의 하이킹을 나왔다. 간단한 산보. 이 등산로가 지역 산악회에서 전적으로 관리한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네팔산악연맹 회장(좌)과 인도산악협회 대표이자 국제산악연맹 부회장(우).
페야 시 시내의 곳곳에는 이렇게 식수 음용대가 있어서 물을 마음 껏 마실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오래전 사라진 풍습.
페야시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거리에 야생 개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과, 이 개들이 행인들에게 친밀하게 군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이유는 주민들이 이 개들에게 음식을 많이 주기 때문이란다. 한국의 야생 개, 야생 고양이 처지와는 정반대였다. 가난한 나라지만 나누는 관행이 뿌리 깊은 문화였다.
총회 전날 진행된 이사회 및 이사회 확대회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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