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헬기 구조 요금 현실화, 무료 약국 운영 변화 이끌어낸 현지 여성 등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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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 등반 사고로 헬기 구조를 이용하면 상상 밖의 큰 금액이 청구된다. 이 지역 헬리콥터는 파키스탄 육군이 운영하는 두 대가 운용되는데, 그동안 이 두 대가 한 조로 동시에 움직여서 1회 운용 비용이 26,000달러(3천6백만원)에 달했다.
이 금액이 3분의 1 가격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이는 파키스탄 여성 등반가 나일라 키아니의 노력으로 이뤄낸 결실이라 주목받고 있다. 키아니는 8천 미터 14좌 중 12개를 오른 고산등반가다. 그런데 키아니는 이 분야의 여러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상업등반대에 소속돼 오르는 등반가들은 대개 등반계 내부의 문제에 관해서는 조용한 것과는 딴판이다.
2022년 K2 등반 중에 아프가니스탄 등반가가 사망했을 때 등반대 내에서 제대로 협조가 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음을 공개 지적했다가 ‘죽이겠다’는 위협을 받기도 했다. 2023년 시샤팡마에서는 미국인 여성 2명이 14좌 완등 경쟁 중에 동시에 사망했는데 그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공개하기도 했고, 같은 해 K2에서 파키스탄 고소포터가 등반 중 사망했을 때 백여 명이 그 시신을 무관심 속에 지나쳤을 때도 키아니는 나서서 시신 수습을 주도했다. 2025년에는 원정대에 고용된 포터에 대한 임금 체불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함께 투쟁하기도 했다.
키아니는 2024년부터 군 당국을 대상으로 헬리콥터 구조 비용 감소를 계속해서 청원해 왔다. 서한을 보내고 군 고위 관료를 직접 만나면서, 세계 각국의 헬기 구조 비용을 비교한 표를 보여주며 과도한 금액이 파키스탄에서 청구되고 있음을 설득했다. 주변에서는 무모한 일이라고 많은 이가 말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군 당국이 키아니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파키스탄 산악회도 키아니의 제안을 수긍하며 협조를 약속했다. 그 결과, 키아니에 따르면 두 대의 헬기가 따로 움직이는 방식을 도입했고 헬기구조 비용도 회당 9,900달러(천4백만 원)로 축소됐다. 여전히 큰 금액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헬기가 나뉘어 운행하면서 구조 역량도 늘어난 셈이다.
또한, 현장의 상황을 보험사의 동의 여부보다 더 중시하도록 의사 결정 과정을 개선했다. 그로 인해 위중한 상황의 포터 후송에도 헬기가 쓰일 수 있게 됐다. 군이 아닌 민간 영역도 헬기를 운용해서 금액을 더 낮출 수 있도록 하는 일도 로비를 펼쳤다고 한다.
게다가, 발토로 빙하 도중의 캠프지 콘코르디아와 우르두카스 두 지점에 무료 약국 운영도 키아니의 설득 끝에 이뤄냈다. 우르두카스에서는 이미 약국이 설치돼 운영 중이다. 현지 주민이든 외국인 트레커든 공평하게 대우하는 약국이라고 한다. 의사는 배치되지 않지만 간호사는 배치되고, 간호사 급여는 키아니가 제공하기로 했다. 급여를 제외한 다른 운영비는 파키스탄 산악회가 제공한다. 키아니가 이렇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등반가, 현지인들이 협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키아니는 영국에서 교육받고 두바이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2023년 퇴사하고 등반에 매진해 왔다. 14좌 중에서는 시샤팡마와 다울라기리만 남겨둔 상태다. 키아니는 “등반 중에 산소를 쓰고 셰르파를 고용했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하지만 등반으로 인해 큰 발언을 할 수 있게 됐고 그래서 변화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인 여성 등반가 나일라 키아니. 사진 백팩디지털.
파키스탄 발토로 빙하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헬기 구조 업무를 담당하는 파키스탄군 헬기 2대. 사진 나일라 키아니.
파키스탄 발토로 빙하의 캠프지 우르두카스에 설치된 무료 약국. 사진 나일라 키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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