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서 엘리트 등반가의 사망을 ‘인플루언서의 위험 놀이’로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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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교류위원회 작성 3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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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미국 요세미티의 대암벽 엘캐피탄에서 거벽 로프솔로 등반(로프를 이용한 단독등반) 중이던 등반가가 700m를 추락해 사망했다.
그런데 소식이 전달되면서 ‘인플루언서가 거벽등반 생중계 중에 사망했다’라는 오보로 세계 언론에 공개되는 불편한 해프닝이 있었다. 사고자는 미국 알래스카 출신의 벌린 밀러(23세)였다. 밀러는 지난봄에 북미 최고봉 데날리의 고난도 루트인 ‘슬로박다이렉트’를 3일 동안 단독으로 오르는 등, 미국 산악계에서 주목받던 ‘진짜’ 등반가였다.
밀러는 이번에 요세미티에서 ‘시오브드림스’(5.9 A4)라는 고난도 거벽 루트를 단독으로 등반하던 중이었다. 장장 900m의 구간을 며칠 동안 혼자 오른 끝에, 마지막 오버행 구간을 넘고 확보한 뒤 홀백을 당겨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홀백이 오버행 아래에 걸려 올라오지 않았다. 밀러는 홀백을 빼내려고 로프를 내려 하강했는데, 로프가 오버행 아래까지 닿지 못했던 것을 알지 못했고, 결국 로프에서 하강기가 빠지면서 추락해 사망하고 말았다. 요세미티 거벽 전문가들은 밀러가 마지막 구간의 마지막 과업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실수하고 말았다고 안타까와했다.
그런데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 등 세계 주요 언론은 밀러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틱톡 스타’, ‘인플루언서’가 생중계하며 등반하다가 사망했다”면서, 이번 사고를 조회수를 늘리려고 과장된 ‘위험 놀이’로서 과시하려다가 참사를 당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밀러는 소셜미디어로 등반을 생중계하고 있지도 않았고, 소셜미디어 계정은 있었으나 결코 인플루언서도 아니었다. 대신, 등반과는 무관한 ‘에릭’이라는 제3자 유튜버가 요세미티 공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엘캐피탄 등반자를 멀리서 촬영하며 생중계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당시 수백 명이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고, 이 사건이 확산하다가 주류 언론이 잘못된 기사를 전달했다.
한편, 유명 등반가가 실제로 인플루언서가 되어 유튜브 등을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개중에는 말 그대로 ‘위험 놀이’로 등반 이벤트를 만들어서 조회수를 올리는 일도 있어 최근 논란이다.
전 노르웨이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선수였던 마그누스 미트뵈는 현재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320만에 달할 정도로 세계 등반계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다. 그는 10월 초, 스위스의 명봉 마터호른을 별다른 준비 없이 무모하게 단독으로 오르는 영상을 올렸고, 수많은 비판 댓글이 달리면서도 해당 게시물은 2백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링컨 노울즈는 “추락하기 전까지 매일 어제보다 더 어려운 프리솔로 하기”라는 챌린지도 생중계로 방송하면서 등반계에서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미국 요세미티 엘캐피탄 전경. 사진 메이언 스미스고바트.
엘캐피탄 거벽을 단독으로 오르고 있는 벌린 밀러. 사진 재커리 드리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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